어제 자정 무렵 집에 도착해서
늦게 잠이 들었고
늘 깨던 시간에 깼지만,
온 몸이 쑤시고 피로하다..
조금 더 눈을 붙인다,
지난 주부터 이유없이
집에 가고 싶었다,
수요일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맞춰 가려했는데
화요일에 서울에 갔다온 관계로 아침 시간을 또 못 맞춰
안 갔고,
오늘은 갈 마땅한 이유가 없었지만
그냥 불쑥 갔다.
내 영혼, 생명이 이끄는 대로.
아빠가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냉장고에 있는 이것 저것을 꺼내
유퀴즈를 보며
집밥을 차려먹고

내가 제일 많이 쓴 것 같은
안마의자에서
안마도 하고,,

이 풍경..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것도 괜찮아,
끽 하면 집을 떠나는 걸
알게 된 아빠가 말한다.
외국생활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지금 한국에 전쟁날지도 모르는데,
진짜?
그래, 지금
제3차 세계대전이 날 확률이 가장 높은 게
한국 아니면 대만이라는데,
헉,
그럼 어떻게,,?
뭐 어떻게, 나면 나는 거지,
하며
웃으신다..
그리고 나보고 외국 가서 살고 싶으면 외국 가서 살으라고..
그러다 진짜
전쟁나면..
그럼 엄마아빠는..
부모의 사랑은 그 깊이를
정말 알 수 없다..
나면 나는 거지 하며 웃는 아빠의 얼굴은
뭔가 다 초탈한 느낌이다,
인생에 대해,
살 만큼 살았고,
어려운 시절을 견뎌왔고
충분히 노력했고,
어느 정도 보상 받았고,
그래서 이제는
무슨 일이 닥쳐도..
그냥 가볍게.. 받아들여지는..
그게
생사와 연관된 일일지라도..

그렇게 시작한 대화지만
결국 여느 때처럼 불안을 조성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으라는 말로
끝맺음 아닌 끝맺음을 맺었지만,-.-
다시 나와,
냉장고를 부시럭부시럭 하시더니,
몸에 좋은 걸 잔뜩 넣은
스무디를 만들어 주신다,

난 이 순간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그리워하겠지,
눈물이 솟구치려는 걸
참으려고 애쓴다,
왠지 부끄러워
콧물이 삐쭉..
아빠, 사랑해.

가기 전에
엄마 방도 들어가본다,
엄마 냄새.
어릴 땐 가까이서 맡았던
익숙한 냄새지만
오랜만에 의식한 이 냄새.
그리고 엄마 선반 위에 놓여진
내가 내팽개친 내 사진.

난 도대체
얼마동안 가족을 미워한거냐..

문까지 마중나오며
깜박한 고구마를 챙겨주는 아빠,
엘리베이터에서
결국 난
눈물이 터져버렸다,

집에 돌아와
둥글고 큰 보름달이 환한 걸 보고

도착 확인 문자를
보낸 아빠에게도 보냈다,

조금 더 어두어진 때에,

Very good.
Very good life,
Couldn’t be happier,
Couldn’t be grateful,
Thank you so much,
진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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