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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신문 기사

by Your Magic Note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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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났다.

당시 나는 신문기사에 잠깐 나올 기회가 있었는데,
비니를 쓰고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는 나름 내가 좋아하는 모자를 쓰고 요즘말로 꾸안꾸 스타일로, 그냥 내가 평소 입던 대로
자연스럽게 잘 나왔다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가족에게 보여줬는데,
갑자기 그 때 오빠가 했던 말이 머릿 속에 팍 떠올랐다.

 

병자 같다고, 백혈병 걸렸냐,,?

 

지금 생각하면 이 말을 하는 사람의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말이지만

나는 20년이 지난 후 그 기사를 찾아내어, 그 기사를 쓴 기자한테 메일을 보내 

안 좋은 기억이었다고 말하며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난 것이다.


왜 나는 굳이 20년이 지난 후 그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범죄를 저질러서 난 기사가 아닌, 내가 한 성취에 대한 기사인데 그걸 "안 좋은" 기억이라고 여겼을까.

그리고 이후 오빠가 나한테 했던 말이 다른 타이밍에 갑자기 떠오르며
지금 퍼즐을 맞추는 중이다.

나는 그만큼 자존감이 낮았던 것이다.

보통 남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내뱉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질투.
질투였던 것 같다.
나의 성과에 대해 오빠는 질투하고 있던 것이다.

질투하지 않는 척
쿨한 척
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기분이 나아지길 바랬던 듯하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은 생판 남인 아닌,
내가 굉장히 선망하고 따랐던 오빠.

그런 사람한테 들은 그 말이,
그 때는 그냥 그런가..? 병자같구나.. 하며 지나갔던 것 같다.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쌓여서
20년 뒤의 나는 모든 기억을 "안 좋은" 기억으로 둔갑시키며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나에게는 어떠한 객관적인 가이드가 없었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그게 말하는 사람의 문제라는 걸,

너는 정말 잘했고, 네가 열심히 한 성과이고, 기사도 예쁘게 잘 나왔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특히, 가족이 나를 가장 헷갈리게 했다.

그리고 나는 너무 가족을 사랑했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 사랑이 결핍된 아이였기에.

 

그들의 말은 필터없이 듣고 따랐다.

내 마음의 소리를 저버리고. 

 

그 결과

가족을 너무 미워하는 작은 아이가 내 안에 있다. 

 

그랬던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더이상 그들과의 소통에 희망을 갖지 않게 되었을 때,

그 때. 

그들은 자신이 나쁜 사람들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내 안에 이 실타래가 엄청나게 꼬여있다. 

 

가족과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닌,

나 자신과의 관계에 가장 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스스로 요청을 하다니.

내가 한 일을 내가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얼마나 내게 남은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은 삶은,

너 자신을 알아가는 데 바칠 거야.

내가 너 자신을 가족처럼 지켜줄거야.

내가 너의 엄마고, 아빠고, 오빠가 되어줄게. 

 

여태까지

너무 미안해.

나까지 널 알아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나까지 널.. 그렇게 대해서 정말 너무 너무 미안해. 

 

용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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