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결핍이 있는 건,
결핍이 있던 건 나였다,
어린 시절부터 차별을 받고,
항상 마지막이어야만 했던 건 나였다,
오빠가 아니였다,
그래서 오빠는 사실 모른다.
그런 느낌을,
가족 안에서는 받지 않았었기 때문에,
물론 사회에서는
그런 일을 겪었겠지만,
가족 안에서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오빠에게
가족은 나보다
긍정적이다.
그래서 오빠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있어도
그것들이 나처럼
뼛 속까지
저 깊은 곳에 가서 박혀있진 않을 것이다,
엄마가
많은 것들 오빠에게는 숨겼고,
지금도 내가 그것을 말할까 노심초사해하기 때문에,
오빠는 나보다는
집에서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나중에 진짜 힘들어졌을 때 오빠는 사실 집에 별로 없었다.
아마 이거에 대한 죄책감은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나에게 잘해주려고 한다..
그래서 사실, 오빠는 아무 생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 무의식이 가지고 있는,
내 무의식 속에 깊이, 기본값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난 항상 그 다음,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이건,
사실 오빠와는 "이제" 상관없는 일인 것이다.
오빠보다 성적이 잘 나왔을 때,
오빠와는 다른 길을 걸을 때,
오빠가 하지 않는 행동을 용기있게 했을 때,
나는 왠지 그러면 안 될 거 같고,
오빠보다 못나야 될 거 같고,
뒤에 있어야 될 거 같고,
그런 느낌들이 항상 들었다.
그건,
어릴 때
아주 어릴 때 내 무의식 깊숙한 곳에 저장된 데이터들이고
지금은
그 데이터는
보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아무도 건드리지도 않는.
저장해놓은 부모님도 저장했는지조차 기억도 못하는,
먼지 속에 아주 깊숙히 쌓인
386보다 더 오래된
컴퓨터 속에 있는 데이터.
이제 나는 그 데이터를 삭제한다.
안녕.
잘 가.
나 컴퓨터 좀 정리하고 청소해야 겠어,
그래야 빨리 빨리 돌아가고 새 데이터,
내가 진짜 저장하고 싶은 데이터,
넣을 수 있으니깐.
내가 진짜 저장하고 싶은 데이터를 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