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집으로 가는 길
밤 사이 비가 쏟아진다..
이러다 공항 가는 길에도 비 퍼부으면 어쩌지,,?
하며 일기예보를 검색해보니,
다행히 비는 내가 출발하는 4시경에
잠잠해지는 걸로 나온다,
다행이다,
킹이 소개시켜준 쿠야 바동이
3시 40분에 이미 도착해서
빵! 한다,
킹처럼 순수함이 막 새어나오는
쿠야였다,
부르고스와 작별 인사를 하면서,
눈물이 났다, 이번 눈물은, 지난 번 눈물과는
다른 것 같다,
항상 뭔가 서글프고 집이 없는 느낌,
아니면 집에 가기 싫은 느낌으로 떠났는데,
그냥 감사하고 감사한
사랑의 눈물이었다,
딱히 돌아가기 싫은 마음도 아니고, 더 떠돌고 싶은 마음도 아니고, 그냥 받아들이는 마음 같았다, 시아르가오가 나와 내 아이를 받아줬듯이,
쿠야 바동의 작별인사,
그 전에 만난 적도 없고
오면서 딱히 대화를 한 것도 아닌데,
부르고스 예의 그 순수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으며 작별인사를 해준다,
공항 도착,
내가 첫 손님인 듯
아직 문을 안 연 줄 알았다,
처음 체크인 줄에 섰지만
거의 마지막에 들어갔다..
귀여운 샤르가오 공항,,
잠시, 안녕
자그만 비행기,,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사진을 찍는 걸 보며
샤르가오로 오던 날이 생각난다..
밤사이 비가 많이 왔지만,
개고 있다..
세부 공항 도착~!
이 예쁜 여자를 찍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찍혀있네😅
우리가 타고 온 여객기,,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Sinulog?
필리핀 전통 행사인가보다,,
세부에서
아기 예수를 기리는
축제라 한다,
신기한 필리핀 문화,,
세부 공항,,
마닐라까지
체크인은 샤르가오에서 다 했으니
환승으로 바로 가면 된다,
이것도 세부에 있는 무슨 탑인가보다,,
보안대를 지나
다시 들어왔다,
MX3?
공짜 커피를 준다해서
얻어먹었다ㅎㅎ
나는 이거 무슨 새 브랜드냐고
물었는데,
아니, 새로 생긴 거 아니야,
아 그렇구나;; 내가 새로 와서 잘 몰라;;
고마워~
하고 자리를 뜬다,
코피코보다 많이 단 듯하다,
맥심에 가까운 듯,
배가 고파 아침을 먹어야 겠다,
돼지가 통째로 있다..
하지만 난 챠오킹..!
기본 챠오팬과 아이스티를
먹는다,
그렇게 배를 채운 뒤,
다음 비행기 시간 까지는 반나절이나 남았기에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핸드폰을 충전하며
한껏 감성에 젖어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북적북적해지기 시작한다, 곧 게이트가 열리나보다,
그러면 나는 또 자연스레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일어난다, anti-social,,,,,,
건너편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이동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데
머리는 희끗하지만
소년같은 미소와 움직임,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이 옆에 자리 비었냐며, 친근하게 말을 붙인다,
한국말을 조금 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일본어였다,
알고보니 필리핀에서 태어난 중국교포 3세대인데, 일본으로 유학가서 일본에 산지 거의 20년이 됐다고 했다,
처음엔 일본 사람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중국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니, 필리핀 사람인가?
또 일은 회사 인력을 소싱하는 프리랜서 컨설턴트라 미국 회사나 글로벌 회사와 일하기도 한다고 하니, 미국 교포 느낌도 나고
하여간 묘한 느낌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는
더더욱 흥미로웠다,
나는 바로 안티소셜이라고 나의 성향을 밝혔는데,
자기도 그렇다며,
뭔가 내 얘기를 듣고 있고
듣는 걸 너머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의 대화는
정말 정말 오랜만인가? 아니면 처음인가? 싶을 정도로,
이 사람이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아니, 파올로도 나이가 있는데
파올로와의
대화도 특별하지만,
파올로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파올로는 조직 안에 있는 사람이고,
그냥 있는 게 아니라 리더로서 있기 때문에
안티소셜과 반대로
사회적인 게 뼈 속에 녹아있을 게다,
순지(이분 한자 이름의 한국 발음)는
조직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을 해왔기 때문인지,
사회적이면서도 자신도 안티소셜적이라고 말하며
내 말이 그대로 들어지는 느낌,
신기한 느낌,
재밌는 느낌,
보통은 사람들에게 안티소셜이라고 말하면
들어도 잘 모른다,
그런데 순지는 자기가 방해한 거 아니냐며,
내 말을 그대로 들었다,,,,
놀라웠다, 나이가 있고 인생 경험이 많이 쌓여서 그런 걸까,
순지랑 대화를 나누니까,
내가 세상을 보는 시각도
순지처럼 달라지는 느낌이다,
종교에 대한 거,
신에 대한 거,
한국에 대한 거,
자국주의에 대한 거,
나는 순지처럼
글로벌 기업들과 일한 적도 없는데
마치 순지처럼 생각하고 순지 위치에서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 이런 거,
이런 거,
이런 걸 하고 싶은 거구나,
바에서
술에 취해 하는
헛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있을 게 아니라,,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다.
특히, 신에 대한 대화가,
한국이 강한 이유는
신을 믿는 마음이 다른 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는데,
종교를 참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관점이었다,
교회에 대한 어린 시절 트라우가 강한 나로써는
교회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다,
봐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과거에서 벗어나고 있다,, 벗어나고 싶고,
생명이 주는 새로운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
오늘은 참 여러가지를 배운다,
버림에 대한 거,
버림이라기 보다, 비움에 대한 거,
그리고 신, 나에게는 "생명"이 이끄는 대로
가는 거,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것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느낌이다.
그와의 대화를 한참을 곱씹으며 마닐라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바깥을 나가보진 않았지만,
세부 안녕
마닐라 상공이 보인다,,
마닐라..
세부와 다르게
사람들로 꽉 찬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사람 많은 마닐라,
짐을 찾고,
또 배가 고프다,
마닐라 공항 3터미널 4층에 푸드코트가 있는 줄 몰랐다,
아침도 챠오킹을 먹었는데,
항상 1층에 있는 챠오킹이나 졸리비를 먹었는데,
4층을 여유롭게 둘러본다,
훨씬 다양한 초이스가 있었지만
챠오킹을 향한다,
스파이시 챠오판을 가기 전에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먹은 건 그냥 챠오판,,😅
졸리비의 치킨도 먹고 싶어서,
챠오킹 치킨도 시킨다,
치킨 with 챠오판을 스파이시로 바꾸니 59페소인가가 추가 되어
250 페소 정도가 된다,
이렇게 되니 비싸지네;;
하지만 치킨은 맛있다,
졸리비도 그렇고 챠오킹도 그렇고 필리핀 패스트 푸드 치킨은 신선하고 맛있다,
할로할로도 가기 전에 먹고 싶어서
시켰다,
챠오킹인데 359페소가 나왔다,🤣
오다가 본 팀 호튼 커피와 도넛도 먹어보고 싶었으나,
배가 불러서 못 먹고, 커피는 나중에 다른 데서도 먹을 수 있으니까, 하고 패스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다,,
배를 채우니,
피곤함이 참을 수 없이 밀려온다.
잠을 두 세 시간 밖에 안 잤으니,,
그럴 만 하다,
4층에 있는 캡슐호텔을 예약하려고 했으나,
온라인으로는 예약이 전부 찼다,
라운지에라도 가서 몸을 뉘어야 겠다는 생각에 그 쪽으로 향한다,
샤워를 하면 950페소, (22600원)
안하면 700페소다, 17000원이다,
7시간 반 이용이다,
한 다섯 시간은 비몽사몽 잔 거 같다,
밖의 소리가 들리고
심지어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피곤한지라,
그 옆에서 코를 고며 자는 분도 계셨고,
나도 그 중에 하나이리라,
처음에는 나 혼자였는데,
나갈 때 보니 거의 다 차있었다.
이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올 때도 밖에 호스텔까지 나가지 않았어도 됐던 건데,,
한숨 자고 나와
밖에 있는 시리얼도 먹고,
믹스커피에 비스킷도 찍어먹고
비치되어 있는 포장 간식도 하나씩 챙긴다,
체크아웃,
오피서가 갑자기 나보고 오버스테이란다,,
나 비자 연장했는데,,,,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영수증 보여줘,,
아, 내가 오늘 안그래도 영수증을 찾으려는데
없어서,,,
안그래도 불안불안했었다,
어제 짐을 싸는데
비자 영수증이 안 보이는 거다.....ㅠㅠㅠ
아, 사진 찍은 거 있어..!
보여줘,
사진은 블로그에 올리려고 금액 부분만 찍은 거라
영수증 번호가 안 나와있었다 -,-
내가 컴퓨터에 인 떠?
이민국에 알아보는 방법 없어,,?
><><><><
이런 게 기록에 남으면,,,,,,,
미국 비자 받을 때 더 문제가 생길텐데...........
옆에 상사로 보이는 오피서가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니,
내 기록이 나왔나보다,,
히유..
괜히 놀랬네,,,
아무리 필리핀이래도
이런게 전산에 안 남는 다는 게
말이 안되지......요즘 세상에,,
그래도 비자 영수증은
소중히 간직하는 게 좋을 듯 하다.
그러더니,
또 친근하게
너 필리핀 또 올 거야?
묻는다,
응,,
나 필리핀 너무 좋아, 아름다워,
그랬더니,
옆에 다른 오피서가
너 마닐라가 진짜 맛있는 한국 식당 있는 거 알아?
한다, 🤣😂
나 마닐라에 안 있어서 몰라,
다른 섬에 있었어,
어디?
팔라완이랑 샤르가오,,
그래서 그렇게 탔구나,,
응, 내가 로컬같고
너네는 도시 사람이네,,
그렇게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하고
들어갔다,,,,,
히유..
미국의 입국 심사 경험으로
항상 긴장이 되는 듯하다,
긴장할 이유도 없는데.
그러고 아까 못 먹은 팀 호튼 커피를 대신하여
탑승 전에
오랜만에 맛있는 라떼를 먹으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둘러보는데
침팬지 인형을 앉혀놓은 부스에서
말을 건다..
WWF라는 단체다,
귀여운 외모의 맑은 미소를 지닌 청년이
말을 하는데, 나 기부할 여유 없는데.. 미안,
카드로도 할 수 있어,,
미안,, 나중에 찾아볼게..
https://www.worldwildlife.org/
그 부스 주위에는 맛있어 보이는 카페가 둘러싸고 있었다,
팔라완 로빈슨 몰에서 보던 보스커피부터,
스타벅스까지
선택지가 많았는데,
나는
'기부할 여유가 없어.."라고 말한 나는
카페에 들어갈 수 없었다..
다파에서
현금인출기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을 보고
가게에 갈 수 없던 것처럼..
그러고 게이트 근처에 카페가 있기 바라며,
좀 더 걸어와 커피를 사먹는다..
내키지 않는 곳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160페소 라지 카페라떼는
코피코 커피보다도 맛이 별로였다..
그리곤 다시 생각에 잠긴다..
다파에서 그랬듯이,
안 보이는데서
맘 편하게 쇼핑하고 사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안 보이는 데서 커피를 사 먹는 게 맞는 것인가,
자연을 사랑한다면서..
이런 거 하나하나에도
마음이 쓰이고
신경이 쓰이니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머리가 아파지는 게
당연한 듯..
그리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부스를 보며,,
이런 방식이 과연 먹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가진다,,
아무리 정당한 자연 보존이라 해도,
앉아서 구걸하는 노숙자와
다른 게 뭘까,,
단지 침팬지 인형과 그림이 세워져 있을 뿐.
방식과 스토리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펀드레이징을 하는 것들을 보면,
사람들은 스토리에 공감하고 감동하여
기부를 한다,
스토리,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거,
하지만 감정을 움직이는 차원도 다 다른 거 같다,
감정을 움직이는 것을 수단으로 하여
돈을 버는 목적이 있는 게 대다수,
광고가 그 대표적인 거고,
그 모든 것들이 수단이 아니고 싶다, 나는.
자연이고 싶다,
스스로 그러하고 싶다.
마닐라 공항에 오니,
다시 이런 현실과 금방 마주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먹고 싶은 마음,
사람들,
가게들,
한국으로 돌아가도 여행을 멈추고 싶지 않다,
여행을 계속 할 것이다,
나의 인생 여정을,
팔라완에서 그랬듯,
시아르가오에서 그랬듯,
계속 그렇게
생명이 주어질 때까지,
이 여정을 계속 할 것이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온다,,
잠시, 안녕
두 달만에 보는,
많은 한국 사람들.
조오기,,
달이 보인다..
부르고스 숙소를 나올 때
달은
해처럼 눈부시게 빛났었는데,
마닐라의 달은
다른 환한 불빛에 가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안녕,
필리핀,
고마워,
파올로가 그랬었다,
I hope Philippines treats you well.
필리핀이 너한테 잘 해주길 바래.
응, 너무 잘해줬어,
나와 내 아이에게.
고마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