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파에서의 마지막 피날레.. 샤르가오의 아침 8

다파에서의 마지막 밤은
사나웠다..
시내에서 돌아온 게 8시..
컴컴할 때 들어와
바로 누웠다,
내 생각에 한 10시 정도 됐나,
더워서 에어컨을 켰더니,
옆방에 혼자 있는 남자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밖에 나와
내 방문을 두드린 것도 같다..
낮에 인도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복도에 나와 앉아 있던 그가
미소를 띠고 쳐다봤기에,
헬로우, 를 했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high high..
그의 얼굴과 눈은 발갛고 초점이 흐릿했다.
문을 잘 닫지 않는 그의 방에선
어느 날은 술냄새가 진동했고,
어느 날은 약냄새가 진동했다.
빨래줄에 넌 그의 옷에선 진한 그 냄새가 났다.
익숙한 냄새,
미국을 여행하면서부터 알게 된 냄새,
처음에 난 그게 향수 냄새인 줄 알았다,
-
그가 방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
난 온몸이 굳어버렸다.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에어컨을 괜히 켰나보다..
내가 안 자는 줄 안 거야..
오도가도 못하고 에어컨을 끄지도 못하고
나는 돌처럼 침대 위에 꼼짝않고 있었다,
내가 반응이 없자,
그는 밖에 나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그래, 질러라 질러
맘껏 질러,
그래서 네 속에 응어리가 풀어진다면,
그래서 기분이 나아진다면
맘껏 질러..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무언가를 부수는 듯한 소리도 나고
잠잠해졌다..
다행이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이 상황, 이 느낌
폭풍이 휘몰아친 뒤 고요가 온다,
고요가 오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는 간헐적으로
계속 소리를 질렀다,
무언가를 세게 쳤다를 반복했다.
나는 호스트에게 보낼 메세지를 미리 적어놓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보내야겠다고
핸드폰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밖에서 소리를 지르는 동안
안경도 찾아 끼고
옷도 주섬주섬 입었다..
그리고 자정 무렵,
계속되는 그의 난동에
나는 문자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답문이 없어
구글 메세지, 페이스북 메세지까지 찾아서 보냈다.
호스트에게서 답문이 왔고,
문자를 주고 받으며
잠잠해지기를 바랬지만
그는 끝까지 잠잠해지지 않았고,
호스트는 세부에 있는 다른 리조트에 상주하고 있어,
매니저 가족이 나를 방에서 꺼내 2층으로 데려가며
경찰이 올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옷도 입지 않은 상태라고..
낮에도 자고 일어나면 옷을 입지 않고
여자 매니저한테
커피를 주문한다고 했다.
약이 이미 그를 많이 망가뜨려버린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조절 능력을 잃어버린,
이성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팠지만
무서웠다~.~
정말 너무 무서웠다.
이성이 작동하지 않기에
더 무서운 것이다.
나와보니 화장실 변기 뚜껑이 깨져있고
접시, 식기들이 던저져 있었다,
매니저는 경찰이 그를 데려갈 거고 내일 체크아웃을 시킬 거라고 했다, 실은 오늘이 체크아웃 날짜였다고.
하지만 경찰이 오자,
그는 멀쩡히
티셔츠에 반바지까지 갖춰입고
두 손을 머리에 대고
좀전의 난동과는 전혀 다른, 얌전한 손님이 되어
나타난다..!
와, 인간의 정신력이란..
정말 한계가 없다는 걸,
마약중독자를 보면서도
깨닫는다..!
결국 경찰은 그를 데려가지 않았고
나는 매니저 가족과 함께 2층 패밀리룸에서 자고
아침에 그가 잠들 때 체크아웃 하기로 한다,
내가 Burgos 로 간다는 사실을
인도친구들에게 말할 때
그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난 무서웠다,
다른 데로 가야 되나
검색도 해봤지만,
이미 예약한 숙소는 환불이 불가한 상태.
자는 와중에도
그의 소리는 여전히 들렸다..

새벽 다섯 시 반쯤,
우리는 깼고 매니저 가족은 밖에 나갔다.
그리고 여전히 자지 않고 알몸으로 밖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한다,
나는 그가 자면 내려가겠다고, 하고

다른 날과 다르게
2층 복도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2층에서 보는
새로운 뷰,,
이유야 어찌됐건,
뷰는 멋지다..

그 덕에 새로운 뷰를 볼 수 있어서,

감사해야 하나..🤣🫠
감사하다.. 어찌됐건,
1층에서 매니저 가족이
2층 복도에 있는 나를 보며
그가 방에 들어갔다고, 내려와도 된다고 말하는데
방에 들어간지 얼마 안돼 왠지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한테 말하는 소리를 듣고
그가 방문을 열고 다시 나온다........
호러 무비가 따로 없다..
난 아무렇지 않게
굿모닝~ 하고
방 쪽이 아닌,
매니저 가족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잠을 자지 않았다.. 밤새 한숨도, 자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밤에 보였던 폭력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차분했다,
밝은 해가 사람을 착하게 만드나..?🤔
온갖 무서운 영화, 악의 영혼들은
밤에 활개친다는 걸 몸소 체험하는 하루다..
그는 허리가 아프다며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숙박비를 두 배로 낼테니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급기야 나와 매니저 가족이 앉아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처음엔,
너 괜찮아?
물었지만,
너 어젯밤 기억나,?
너 되게
폭력적이었어..
실은
너 그래서 허리가 아픈거야..
막 이것저것 치고 던지고 해서..
머릿 속으로는
이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나 역시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지라,
내가 듣기에도 감정이 섞인 목소리로,
너 왜 그렇게 화났었어..?
뭘 찾고 있었어..
나 너무 무서웠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여러번 사과를 했다.
그러곤 또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입술을 굳게 다물더니,
등을 돌리곤 천천히 방으로 걸어갔다..
-
그는 그냥 얘기가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어제부터, 아니 그제부터,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걸
나는 느꼈었다,
내성적인 사람임을
그의 말투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실은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고.
세월이,
그동안 쌓인 그의 인생이,
그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로서도 풀어낼 수 없었던
그의 인생이,
그를 답답하게 하고, 그래서
술을 더 먹게 하고, 그래서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
되돌리기가 점점 더 힘들어져,
할 수 있는 건
입술을 굳게 다무는 것밖엔..
그리고 술을 먹고,
약에 의지해 감정을 분출하는 것 밖엔..
되지 않는 것이 그 자신도
막막할 것이란 걸..
나는 느꼈다.
-
하지만 나는 그와 얘기하지 않았다,
헬로우는 했었다,
예전같으면 하와유까지 했을 나지만,
이제는 굳이 하지 않는다.
그라서가 아니라
그렇다, 지금. 나와의 여행을 시작한 지금,
공교롭게도
너무 활달한 인도 친구들이 말을 걸어와,
대화를 전에 없이 길게 하게 되면서,
그가 밖에 나와 앉아 있고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걸
느꼈지만,
난 무서웠다,
솔직히,
혼자라,
그도 혼자라,
-
문득 미안해졌다,
아침의 그는 다른 사람인데
나는 여전히 밤의 공포 속에서 그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곤 여지껏,
내가 과거의 상처와 분노 속에서
새로운 현재를 맞이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난 용기를 내었다,
그가 밖에 있을 때
문을 열고 나가 말했다,
사과해줘서 고마워.
진심이야,
from bottom of my heart.
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과 눈빛이..
소년 같이 순수했다,
이 사람,
얼마나 순수한 사람이었을까..
얼마나 순수했을까..
정말 고마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는다,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해,, 라고 말하려는데,
또 내 마음과 다르게,
허리 잘 관리해,, 라는 잔소리 비슷한 말이 나간 거 같다,
순수했던 그의 표정이 금새 사라지고,
가까운 사람에게 항상 들었을 법한 잔소리에
의례했을 법한 반응같은
알았어,를 하며 다시 등을 돌린다..
그를 태운 트라이시클이 출발하고 나서야
나와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밤새 주문을 외웠었다,
우주가 너를 사랑해,
신이 너를 사랑해,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부수는 그를 향해
이런 주문을 외우며
다독이며
사랑의 에너지를 보냈었다,
이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구급차를 불러줘,
병원에 가야 돼,
허리가 아파, 치료를 받아야 돼,
그래야 내가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어,
그래야 내가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어,
이 말이 자꾸 뇌리 속에 남는다,
그는
어디로,
어떻게,
왜,
여행을 계속 하려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어디로, 무엇을 위해
여행을 계속 하고 있는 걸까.
떠나기 전, 매니저 가족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우리 셋은 한 방에서 잔 사이다. 😄
왠지 가까워진 마음에,
페이스북 있냐고 묻는다,
없어..
나 반사회적이야..
나도,
실은 그 사람과 다르지 않어..
🙇🏻♀️

어제의 흔적,
그가 던져 깨진 식기..


어제 식당에서 싸온 밥들이
밤사이 모조리 상해있었다..
새벽에 먹으려고 했는데..

숙소 매점에서 파는 과자와 커피로
아침을 떼운다..

키도 같은데 맛있다,,


개미 식구들도 같이 냠냠 한다,,

쓰레기 버리다
개미한테 두 방 물렸다,,🤣

안녕, 잘 있어

그래, 잘 가
하는 것 같다

안녕, 숙소

안녕, 룸3

트라이시클이
달린다,

비도 중간에 시원하게 내린다,,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머릿 속에 나쁜 상상만 있었을 뿐이다,
오늘은 어제와 완전 다른 날이다.
_ my magic note, my magic life